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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지 않는 산

- LNT(Leave No Trace) 가이드라인 2

    

데브라 그래닉 감독의 영화 <흔적 없는 삶>(2017)은 세상과 단절된 채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10대 소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정부 기관의 인계 아래 국가 보호시설로 돌아가게 되고, 새롭게 주어진 사회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미묘한 심리적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심리적 갈등이란 안전한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 독립된 삶을 지켜나가려는 마음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의 원제가 <Leave No Trace>라는 것입니다. 안정과 정착을 향한 욕망(), 독립과 자유를 향한 욕망(아버지)은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데요. 이때 광활하게 뻗은 길을 홀로 묵묵히 걸어가다가 돌연 숲속으로 사라지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자신의 자취를 세상에 최대한 남기지 않는 것. 이로써 독립과 자유를 향한 욕망을 실현하는 것. 영화의 제목처럼 흔적 없는 삶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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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라 그래닉 감독의 영화 <흔적 없는 삶>(2017)

 

흔적 없는 산에도 이와 유사한 맥락의 욕망이 매 순간 부딪힙니다. 편안할 것인가, 불편할 것인가. 흔적 없는 삶과 마찬가지로 흔적 없는 산에도 불편이 따릅니다. 안위와 편의를 위한 모든 선택을 스스로 최소화해야 합니다. Leave No Trace(이하 LNT)는 우리가 즐긴 산과 자연에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말고 돌아올 것을 권장하는 환경 운동입니다. LNT를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

둘째, 지정 구역에서 산행 및 야영하기

셋째, 배설물이나 쓰레기를 정해진 방법으로 처리하기

넷째, 모닥불은 최소화하기

다섯째,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여섯째, 야생 동식물을 존중하기

일곱째, 타인을 배려하기

    

지난 시간에 이어 각 단계에 따라 어떠한 고민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산, LNT(Leave No Trace) 가이드라인 1 >

▶ https://www.sansuyuram.com/board/view.php?&bdId=TNBrecycled&sno=18

 

3. 쓰레기나 배설물을 정해진 방법으로 처리하기 : 작은 주머니(비닐봉지)를 준비해 산속에서 내가 배출한 쓰레기를 넣어 옵니다. 그리고 나아가 커다란 쓰레기봉투도 함께 준비해 다른 사람이 산에서 흘리거나 버린 쓰레기도 주워 담아올 수 있도록 합니다. 산행을 떠나기 전에 가지고 오는 물건의 불필요한 상자나 포장 비닐 등을 미리 제거해 필요한 내용물만 챙겨오는 것이 선행돼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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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용 배변봉투(좌)와 에코삽(우)

 

배설물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정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이나, 깊은 산중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경우를 대비한다면 우선 용변을 볼 때는 물길, 산길, 야영지로부터 충분히 떨어진 곳(200보 원칙, 약 50~60m)에서 보도록 합니다. 소변의 경우 무성한 풀 위보다는, 빠르게 마를 수 있도록  마른 흙 위나 바위 부근에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유는 소변의 염분이 벌레를 비롯한 동물을 불러들이기 때문이고, 이는 결국 식물과 사람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화장지를 쓸 때는 환경을 고려하는 천연 재생 화장지를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최근에는 화장지 수요 증가로 파괴되는 산림을 지키기 위해 대나무 화장지가 대안으로 등장하기도 했지요. 사용한 화장지는 밀봉 가능한 지퍼락 등에 잘 싸서 가지고 오는 것이 원칙이고요. LNT 경험이 쌓이면 화장지 대신 자연물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합니다(LNT 난이도 2단계!) 이를테면 안전한 수종의 넓은 나뭇잎, 그리고 돌멩이, 솔방울 등이 있습니다.

   

배설물 처리에 있어 등산 윤리에도 맞고 안전하다고 검증된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구덩이를 파고 묻는 것이고, 둘째는 싸서 가지고 오는 것입니다. 구덩이를 파고 묻을 경우, 먼저 미리 소지해 간 모종삽(에코삽)을 이용해 10~15cm의 지름과 10~20cm의 깊이로 흙을 떠서 옆에 둡니다. 그리고 용변을 본 뒤 옆에 둔 흙으로 구덩이를 다시 채웁니다. 마지막으로 원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이도록 그 위에 바닥의 나뭇가지, , 나뭇잎 등을 덮습니다.

    

고산 지대 등 땅속에서 자연 분해되지 않는 지형의 경우 용변을 싸서 가지고 옵니다. (LNT 난이도 3단계, 최상!) 이 경우, 먼저 모종삽으로 용변을 떠서 일차적으로 생분해 비닐에 넣은 뒤 이차적으로 밀봉 가능한 지퍼락에 넣고, 최종적으로 쓰레기봉투에 다시 넣어 가져오면 안전합니다. 생분해 비닐 안에 애완견 배설물 냄새 제거제를 뿌려주면 비교적 간단하고 편리하게 냄새를 제거할 수 있고요. 참고로 시중에 판매하는 이동용 배변봉투에는 실리카겔이 들어 있어 용변을 젤 형태로 응고시키고 악취를 중화하는 분말 약품 덕분에 냄새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제품을 구입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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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용 스토브

 

4. 모닥불은 최소화하기 : 백패커라면 아마도 가벼운 스토브 하나 정도는 기본 장비로 소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스토브는 캠프파이어처럼 자연의 재료를 소모하지도 않고 산의 공기를 과도한 연기로 오염 시키지 않아 환경에도 무척 이롭습니다. 게다가 야영지에서 빠르게 사용할 수 있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어떠한 기상 조건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 면에서도 유용합니다. 최근에는 비화식(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지향하는 백패커도 늘고 있고요.

    

다만 불가피하게 모닥불을 피워야 할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법적인 제재가 없는 장소에서 모닥불을 만들고, 가능하다면 캠프파이어용 접이식 화덕을 이용해 안전하게 불을 피우도록 합니다. 이때 장작으로 쓸 나무는 구매해 가지고 온 것, 혹은 손으로 부러뜨려지는 마른 나뭇가지만 바닥에서 주워 사용하도록 합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우고 식은 재는 흔적이 남지 않도록 주변에 뿌리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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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T는 산과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을 권장하는 환경 운동이다.

 

산을 오를 때 가장 기본이 되고 또 중요한 내용이지만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지켜지지 않는 LNT 가이드라인! 다음 시간에 이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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