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넘어 동물복지로

지난 시간에는 천연 소재로서 메리노 울(Merino wool)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편안하고, 쾌적하다는 기능적 측면을 포함해 메리노의 묵은 털에서 원료를 채취한 까닭에 자연 친화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로 환경에 미치는 프로세스를 최소화하며 제품을 만든다는 점, 제품이 수명을 다한 후에는 분해되어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메리노 울은 친환경 소재로 장려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편안하고, 쾌적하고, 자연 친화적인 메리노의 털을 얻는 과정의 이면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메리노의 묵은 털을 의류 소재로 활용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만큼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이슈가 있다면 바로 ‘동물복지’ 문제일 것입니다. 메리노는 태생적으로 양모 산업을 위해 개량된 종이기에 전신에 주름이 깊고 많으며 털이 풍성하게 자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메리노 울의 90%를 생산하는 호주에서 메리노 울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뮬싱(mulesing)’을 한다는 보도가 있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뮬싱이란, 파리 등의 기생충이 양의 배설물로 인해 알을 낳는 것을 막기 위해 양의 항문 주위 피부를 잘라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이 시술의 고안자 존 뮬스의 이름을 따서 뮬싱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고통스럽게 꼬리가 잘리거나 수컷의 경우 거세되는 일까지 일어납니다. 보통 마취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다쳐도 치료하지 않기에 잔인한 동물학대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지요. 어쩌면 우리가 아는, 드넓은 초원에서 평화롭게 돌아다니는 양 떼의 모습은 자본이 조장하는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Merino Wool, mulesing free.”

룬닥스의 모든 메리노 울 제품은 양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이 뮬싱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예로부터 동물의 털에서 옷감을 얻어 입곤 했던 인류의 이치를 따르되, 대량 생산과 공급의 과정에서 야기되는 동물학대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연을 지킬 의무에는 동물을 보호할 권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00% 메리노 울로 제작된 ‘기머 메리노 LT(GIMMER MERINO LT ZIP)’는 아웃도어 활동에 최적화된 룬닥스의 대표적인 짚업 울 티셔츠입니다. 메리노의 소중한 털로 만든 제품을 가능한 한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오래 입어도 쉽게 해지지 않도록 최상급 양모에 해당하는 18.5마이크론(microns·분자와 분자 사이의 거리) 메리노 울을 사용합니다. 보통 일반 의류의 양모가 40마이크론, 타 브랜드 평균 아웃도어 의류 소재 양모가 25마이크론임과 비교하면 상당히 세밀하고 정교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합성 섬유를 입고 땀 흘려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통 냄새가 나기 마련이나  메리노 울로 제작된 이 제품의 경우 케라틴 단백질 물질로 구성돼 박테리아 저항성이 우수해 항균 및 소취 기능이 탁월합니다.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며 오염물질을 자생적으로 분해하기에 활동 중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게 도와줍니다. 

따라서 합성 섬유만큼 자주 세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주 세탁하면 옷감이 빨리 마모되고 환경에도 좋지 않은데 ’기머 메리노 LT(GIMMER MERINO LT ZIP)’는 활동 후 땀에 젖은 상태에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걸어놓아 말린 뒤 며칠을 다시 입어도 무방합니다. 꼬불꼬불한 크림프(crimp) 구조로 되어 있기에 통기성과 투습성이 좋아 마르기도 금세 마릅니다.

실제로 필자는 이 제품을 필드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운동 후 세탁하지 않고 자연 바람에서 말린 상태로 일주일 동안 연이어 착용해봤는데 조금의 악취 없이 항상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메리노 울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면이나 합성 섬유에 비해 흡습력, 흡수력은 좋지만 수분을 말리는 성질인 속건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같은 부피의 합성 섬유에 비해 무겁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분을 천천히 내보내기에 다른 합성 섬유에 비해 오래 따뜻함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메리노 울의 여러 가지 장점 중 보온,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은 겨울철 아웃도어 의류 소재로서 메리노 울이 적합한 이유입니다. 

북유럽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편안하고 쾌적하게 아웃도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제품을 만드는 룬닥스의 ‘기머 메리노 LT(GIMMER MERINO LT ZIP)’와 함께 남은 겨울, 즐거운 등산 생활을 이어갔으면 합니다.